EN / KR
가을 그림
2026 | 78 min | Color | Sound | 16mm, Digital | 16:9
화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파리의 가을 하루. 카메라는 붓이 되어 빛과 색, 움직임을 소묘하고 채색한다. 노랗게 기울어진 햇살과 주황빛으로 물든 나뭇잎, 길게 드리운 그림자, 물가에 비친 바람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하나의 그림을 이루며, 서른 개의 그림이 모여 하루가 된다.
작업 노트
시월의 어느 날, 파리의 강변을 거닐다 물에 비친 빛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 그 자리에 머물렀다. 물결 위에서 흔들리는 빛은 음표처럼 춤추었고, 나는 음악적 선율을 시각으로 옮기고자 연필로 데생하듯 카메라로 스케치했다. 관찰하고 그리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대상과 나 사이의 거리는 흐려졌다. 끝내 남은 것은 색과 형태, 움직임에 대한 순수한 감각이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어도 시선이 머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사물은 매번 다른 인상으로 다가왔다. 가을의 인상을 붙잡기 위해 쉽게 변하는 형상에는 강렬한 색을 사용했고, 카메라 렌즈의 초점은 다중으로 두거나 어느 곳에도 맞지 않게 했다. 시선의 순서와 머무름을 그림을 그린 내가 아닌 대상과 감상자에게 남기고자 했다.
배와 열차 바깥에서, 관광객과 시민이 뒤섞인 공원과 골목, 강변을 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 풍경 안에는 평온과 여유, 애정과 고독, 쓸쓸함과 숭고함 같은 정서가 겹겹이 스며 있다. 이 작업에서 카메라는 기록의 도구라기보다 감각을 더듬는 손에 가깝다. <가을 그림>은 본다는 행위 자체와 시선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한다.
Watch Film ↗ (excerpt)